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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방송

정지아 - '아버지의 ★ 해방일지' 를 읽고

by a voyager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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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인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읽었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책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가 추천했고, 특히 유시민은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요즘같이 책 읽기 좋은 가을날 이 소설을 읽으며 유쾌한 유머와 먹먹한 감동으로 오래간만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지아라는 작가는 나에게는 생소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이런 작가가 있었구나를 넘어 이 작가의 아버지와 가족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게 되어버린 것 같다. 한 권의 책만으로 마치 오랫동안 알아왔던 작가라는 기분마저 든다.

정지아는 '빨치산의 딸'이란 장편소설로 1990년 등단했고 그 후 많은 작품 활동을 통해 각종 문학상을 받은 이미 이력이 깊은 작가라고 한다. 이런 작가를 몰랐다는 나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첫 장편의 제목을 보고 이 작가의 집필활동에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이념을 가진 아버지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에서 얼마전 인기 있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가 떠올랐고, 그 안에서 명대사로 꼽히는, 어머니는 죽음으로써 '해방'을 맞이했다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가 죽었고 이로써 그가 짊어지고 있던 모든 짐으로부터 드디어 해방이 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소설 속 아버지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아버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사회주의 신봉자였고, 그렇기에 뭔가 고리타분하고 친구도 없는 외골수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자신이 생활했던 전남 구례에서 요즘 말로는 인싸였다.

이것을 소설속 작가인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문상객들을 통해 확인한다.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에서 고등학생 소녀에 이르기까지 그 나이대도 넓고 직업도 다양하다. 딸은 이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와 맺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인연들에 대해 듣게 된다.

추종하던 이념의 어두운 운명과는 달리 정작 아버지의 삶은 전혀 외롭거나 뒤쳐지지지 않았었다. 오히려 사람 사는 세상에 약간은 오버스럽게 최적화된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삶이 작가가 보기에 여전히 억눌려 있어 보였을까.. '빨치산'으로 민족 해방이라는 구호 아래 청춘의 대부분을 산과 감방에서 보내야 했던 그의 삶이 안쓰러웠던 것일까..

오히려 딸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된다. 빨치산이 아닌 한 사람으로, 어머니에게는 때때로 생물학적 욕구의 해소를 넌지시 갈구하곤 했던 어쩔 수 없는 한 남자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릴 적 기억하는 파편적인 추억 속의 따뜻했던 아빠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와의 어릴적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먹먹한 눈물이 난다.

그렇게 아버지의 일생이 끝나고,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무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한다.

그리고 고백한다.

'아버지의 딸, 참 오래도 잘못 살았습니다. 이 못난 딸이 이 책을 아버지께 바칩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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