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하얼빈을 읽었다.
요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핫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높은 인기의 이유는 바로,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김훈과 안중근이라는 깊은 울림을 주는 두 인물에 광복절이라는 시기적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포스팅을 하는 시점으로부터 일주일전 책을 사려고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그날 오후에 김훈의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보니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 책을 사서 근처 스벅에서 시간을 보내다 실물이라도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
사람이 많아 사인을 받진 않았고, 솔직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실제로 보니 티비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모자를 쓰고 약간 찡그린듯한 얼굴의 그가 팬이 원하는 대로 이름과 메시지를 써주며 그들에겐 오랫동안 잊지 못할 몇 마디를 주고받는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완독했다.
이 책은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날(1909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길게는 1-2년의 대략적인 서사와 짧게는 며칠간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 사료를 기초로 쓰인 이 소설은 작가가 평소에 말하는 방식처럼 무관심하듯 덤덤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토를 저격하거나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과 같은 중요한 순간도 다른 부분과 같은 밀도의 감정과 분량으로 그냥 지나간다. 마치 그 어떤 특별한 순간이라도 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전달이라도 하듯이..
책을 읽고 나서 김훈의 관련 인터뷰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작가가 중점을 둔 것은 어떤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암살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후의 심문과 재판에서 드러나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라는 신념이다.
그 신념을 위해 가난한 한 청춘이 그의 가족과 종교적 믿음을 뒤로하고 하얼빈으로 향한다. 그 신념은 정당성을 설득할 이유가 없는 그에게는 시대적 사명이었던 것이다.
심문의 과정에서 일본 검사는 이토에 대한 암살에서 끊임 없이 정치적 목적을 없애려 시도한 반면, 안중근은 자신의 거사의 이유를 글과 말로 남기려 끝까지 노력했다. 이 과정이 읽는 이를 뭉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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