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를 리디 페이퍼로 읽었다. 리디셀렉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책이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문장의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리고 이내 문학부문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문학 서적, 이 두 키워드가 만드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열었고 (실제로는 파일을 열었다) 쉽게 읽혀 금방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제목이 주는 상상과는 다르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전하는 작가의 자전적 수필이다. 글쓴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고다마'가 여성으로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온 것을 마치 신부에게 고해성사라도 하듯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고다마'를 사진으로 보고 싶어 찾아봤지만 역시 나오지 않는다. 필명인 것으로 짐작된다. 고해성사를 할 때도 정체를 밝힐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겉표지의 소개 "사랑, 가족, 관계, 일.. 어느것 하나 쉽지 않았다"가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단어를 아우르는 것은 단연 '관계'일 것이다. 이 책은 부부사이의 관계, 나와 가족, 그리고 사회생활로 대변되는 직장과의 관계, 이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관계'라는 단어가 책의 제목으로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출판사의 입장에선 밋밋하기 그지없고, 오히려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했을 것이다.
글쓴이는 어려서 부터 몸이 약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친구를 잘 사귀지도 못하였다. 대학에 진학하고 미래의 남편이 될 남자 친구를 만났지만 이 둘은 성교를 할 수 없는 희한한 문제를 안게 된다.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이후로 이 현상은 둘 사이에 평생 문제로 남아 부부의 '관계'속에서 글쓴이의 위치와 태도에 대해 수시로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된다.
초등학교 선생을 직업으로 삼아 필연적으로 맺게 된 학생들과의 관계 역시 글쓴이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또한, 결혼을 한지 오래되었는데도 애가 생기지 않아 가지게 되는 시댁과 친정 부모에 대한 미안함, 그렇다고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님들과의 관계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시간을 보낸다.
이 모든 관계로부터 지친 고다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듯 모두 써 내려가며 그간 받아온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다. 마치 완만하게 뻗은 국도를 천천히 달리는 새벽 버스 같은 느낌으로, 맑고 차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결연함이 녹아있는 문체로 얘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본인이 선택한 삶이고 이런 삶이 타인에 의해 잘됐다 잘못됐다고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마무리 한다.
이 책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넷플릭스에서 "My husband won't fit'이란 제목으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상상이 오염될 수 있어 아직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내용이 잊힐 때쯤 한 번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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