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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the raincoat killer (한국의 사이코패스적 연쇄살인의 등장)

by a voyager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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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넷플릭스 화면에 추천된 the raincoat killer라는 다큐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보고 떠오른 자는 유영철이었다. 

 

잠깐 검색을 해보니 이번 달 22일에 새로 나온 다큐이고, 역시 유영철의 연쇄 살인이 벌어졌던 2003-2004년의 수사에 대한 추적을 다룬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다큐는 주로 그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프로파일러들의 인터뷰와 그 당시 실제 사건 현장을 촬영한 오래된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의 범행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프로파일러 중에는 유영철 하면 빠질 수 없는 권일용 프로가 서사의 포문을 연다. 

 

 

1부 - 초기 살인

유영철의 초기 살인은 주로 부유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런 그의 살인은 기존 우리 사회의 살인 사건들과 그 동기가 다르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전에 벌어졌던 살인들은 주로 원한이나 금전과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수사팀에게는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범인의 검거가 비교적 용이했다고 한다. 

 

반면, 유영철의 경우는 살인의 동기가 되는 개인의 분노가 특정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범행의 대상과 장소를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주변을 탐문하는 기존의 수사 방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구기동과 삼성동에서 일어났던 첫 두 살인 사건을 연쇄 살인으로 규정하는 데 약간의 혼돈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범죄 현장을 분석하고 범인의 행동 양식을 유추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의 범행 패턴과,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던 혜화동을 포함한 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족적은 수사팀으로 하여금 한 사람에 의한 연쇄 살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든다. 

 

혜화동 사건 장소 근처 CCTV에서 피해자의 옷을 입고 찍힌 용의자의 모습이 포착된다. 

 

 

2부 - 갑자기 달라진 범행 패턴 

이렇게 사회를 한 번 발칵 뒤집어 놓은 유영철은 혜화동 CCTV에 드러낸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살인을 중단한다. 이에 수사진 들은 이놈이 범행을 조심하는 것으로 판단하며 그의 기존의 범행 패턴 범위 내에서 경계를 높인다. 

 

하지만, 그의 범행 패턴이 달라진다.

 

살인의 장소가 잘사는 동네의 부유층 주택에서 서민층의 동네로 거기에서도 더욱 은밀한 자신의 개인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를 두고 프로파일러들은 "달라진 패턴은 살인에 대한 환상은 커지는데 자신의 범행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생긴 여러 제약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렇게 변화한 범행의 패턴과 더불어 유영철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억눌렸던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성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인의 횟수와 잔혹함이 더해간다. 

 

 

2000년 대 초반 한국 사회의 어두운 곳에는 법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었지만 관행적으로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인 종암경찰서의 김강자가 관할 구역 내 성행하는 불법 성매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단행했던 시기도 이때이다.

 

이런 강력한 단속으로 많은 적발이 이루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고 단속을 피해 오히려 매수자의 더욱 은밀한 개인 공간으로 출장 서비스의 형태로 스며든다. 바로 이들이 유영철 살인의 피해자가 되었다. 수많은 출장 여성들이 그의 방에서 사라졌다. 

 

이 사건은 나홍진의 '추격자'의 소재가 되어 대중에게 더욱 잘 알려지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가 여자들을 부르는 데 사용했던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추격한 김윤석의 "야 4885"는 이 영화를 대표하는 대사가 되었다. 

 

실제로 유영철을 유력한 용의자로 부각시킨 것도 자기가 관리하던 여성들이 자꾸 연락 두절이 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 포주였다고 한다. 

 

그렇게 기동수사대에 체포된 유영철은 자신이 구기동과 삼성동에서 저질렀던 살인에 대해 흘린다. 하지만 그것을 반신반의하며 자신의 말에 휘둘리는 경찰을 조롱하기도 한다. 이는 '추격자'에서도 어리석고 무능한 경찰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다. 

 

그러다가 유영철은 경찰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기동수사대에서 도주한다. 경찰은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그 후 수배가 내려진 유영철은 영등포 유흥가 근처에서 순찰 중인 경찰에게 검거된다. 

 

3부 - 망치로 내려 맞은 한국 사회 

검거후 유영철은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에 대해 자랑하듯 경찰에게 술술 털어놓는다. 하지만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는 처벌을 할 수 없기에 경찰은 난관에 부딪힌다. 

 

이에 경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유영철이 알려주는 장소에서 땅을 파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유영철의 잔혹함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를 묻은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매장 장소마다 미에로화이바 뚜껑을 놓아두었다. 이렇게 표시를 한 이유는 다음 매장 시 장소가 겹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지목한 장소에서 여러개로 절단된 시신이 발견되며 우리 사회에게 큰 충격을 준다. 잔인한 살해 방법과 사체 처리 방식에 대한 충격과 경악 속에서도 경찰은 시신들의 신원을 밝혀주기 위해 고생한다.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분노하였고 말할 수 없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가 유영철의 망치로 내려 맞은 것 같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유영철은 20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최종 밝혀져 검찰에 송치되었다. 모든 범죄가 인정돼 2004년 12월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마치며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왕좌왕 통제가 안되는 현장 검증 행태, 이것으로 주변의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또한 그 당시 서울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을 유영철에게 뒤집어 씌워 실적을 내려고 했던 썩은 경찰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발생했던 살인 사건 (이 건은 정남규가 저지른 것으로 2006에 밝혀짐)을 유영철이 저지른 것으로 해주면, 그의 아들을 대학까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보장해주겠다는 거래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유가족을 상대하는 모습에서도 미숙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경찰 둘에 의해 끌려 나오는 유영철을 보고 분노해 달려든 어떤 유가족 어머니를 유영철의 팔을 잡고 있던 경찰이 계단에서 발로 걷어찬 일도 있었고 카메라에 정확하게 포착되었다.

 

이는 경찰의 무능함이 이런 연쇄살인을 낳았다는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고, 결국 관련 경찰들은 범인을 검거했음에도 징계를 받아야 했던 씁쓸한 일을 겪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자 유가족 지원 시스템 부재가 대두 되었다. 유영철에게 월미도에서 살해당한 한 피해자의 가족은 그 충격으로 피해자의 형제 둘이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으며, 자살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자신을 지킨 다른 형제는 아직도 충격 속에 살고 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왜곡된 분노와 복수심이 수많은 무고한 피해자를 낳았고, 한 사회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쉽지만 사회는 아픔을 겪고 발전한다. 화성연쇄살인을 거치며 과학수사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면,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와 프로파일링이 수사에 기여하는 점을 공감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더 발전하게 되었다. 

 

이 다큐의 말미에서 서울에서의 살인사건 검거율이 매년 거의 100%에 달한다고 하니 안심이다. 앞으로는 피해자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수준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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