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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이것저것

상해 애플 근무 후기

by a voyager 2020.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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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애플 근무 후기

 

작년 10월 그러니까 코로나 팬데믹 선언 5-6개월 전 나는 애플에서 카메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0년 5월 말이고, 이번 1월 말 춘절휴가때 한국으로 돌아와 복귀하지 못하고 2월 부터 재택근무를 하였다. 그런던 중 중국의 외국인 입국 금지가 시행되고 아직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체류중이다. 사실 애플의 정식 직원이 아닌 외주(vendor)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제는 애플의 카메라 팀에서 빠져 외주 업체에만 소속을 두고 있다. 대략 6개월 정도 애플에서 일을 했고, 남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여 애플 근무 환경이나 조직 구조에 대해서 나의 경험담을 토대로 전하고자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왼쪽) 동방명주 (오른쪽) 상해 애플 오피스 

 

Apple Office in China (상해 애플 오피스)

 

나의 근무지는 중국 상해였다. 상해에는 애플의 중국 지사가 있으며 대부분의 직원은 현지 중국인이고 이들은 모두 애플의 정직원이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Cupertino에 있는 애플 본사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무에서 뚜렷한 상하구조가 형성되어있다. 

 

애플의 조직 구조는 매니저를 노드로 삼는 트리구조를 이룬다. 즉, 내가 속한 팀의 매니저가 있고, 이 매니저는 또 자신이 속해있는 팀의 팀원이고, 그리고 그 팀의 매니저가 또 있고 그위에 또 매니저가 있고.. 이런 구조이다. 이 트리구조의 하층부는 주로 상해 오피스에 있고, 상층부는 거의 Cupertino에 있다. 이 구조는 애플 직원 누구에게나 공개 되어있어 Apple Directory라는 내부 어플로 모든 직원의 검색이 가능하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중국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사가 필요했고 애플은 이를 상해에 두었다. 미국 본사에는 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디자인 팀이 있고, 제품의 설계부터 완성까지 모든 일은 본사에서 결정된다. 반면 상해 오피스에는 주로 하드웨어 테스트와 관련된 팀이 있다. 나는 이들이 애플 직원이라고해도 결국 외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가 이 두 오피스의 역할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문구이다. 구지 이렇게 명시한 것은 아마도 미국 브랜드로서 애플 본사의 이미지와 중요도를 강조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상해 오피스와 애플의 외주 업체

 

애플은 중국에 많은 외주 업체와 일을 하고 있다. 제품을 조립하는 공장이 바로 그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상해의 Pegatron과 선전의 Foxconn이 있다. 이 두 공장엔 애플 오피스와 제품의 생산라인이 있다. 이 공장은 애플의 하청으로 주로 하드웨어를 조립하고 애플 직원의 지시를 받아 테스트한다.

 

아이폰을 예로 들면, 차기 아이폰의 부품이 공장에 도착한다. 공장에서 각 부품의 성능을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아이폰으로 조립하고, 이 상태에서 각 부품의 성능을 다시 테스트한다. 즉 조립 전과 후의 차이를 측정하기 위함이다. 테스트의 대상은 카메라 및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충전 케이블까지 포함된다. 이를 위해 각각 개별적인 일종의 테스트 스테이션이 필요하다. 상해에는 이 테스트를 위한 팀으로 이루어져있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팀으로 나뉜다. 전자는 주로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후자는 테스트 장비를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일했던 곳은 소프트웨어 팀이고, 그 팀원들은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각자 하나에서 복수개의 스테이션을 맡아 테스트를 책임진다. 테스트 결과는 애플의 내부망으로 자동 업로드가 되고 애플 본사에서 이를 검토하고 수정사항이나 추가 테스트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공장 직원들은 애플의 하청으로 교육수준은 비교적 낮고 근무환경도 좋은편이 아니다. 이들이 애플 라인에서 얼마나 혹사 되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이다.  반면, 공장에서 애플 직원들은 VIP라고 부르며 대우가 상당히 좋다. 단적인 예로, 애플 직원은 별로의 VIP룸에서 매일 뷔페를 무료로 제공 받는 반면, 공장 직원은 학당같이 넓은 공간에서 학식만도 못한 질낮은 식사를 한다. 호기심으로 한번 그들과 같이 식당에 갔다가 정말 한 숟갈 먹고 그냥 나와 버렸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이정도의 근무 환경도 이미 많이 개선된 것이라고 한다. 상해 오피스의 직원과 공장 직원은 역시 갑을 관계이다. 즉, 상해 직원이 테스트를 지시하면 공장 직원은 실제 기기를 들고 스테이션으로 가서 테스트를 한다. 이 테스트 결과도 역시 내부망으로 업로드된다. 

 

애플 오피스에서 바라본 세기대로 전경

 

근무 특징과 장단점

 

기본적으로 애플 직원은 출장이 잦다. 특히, 빌드마다 모두 중국의 공장으로 모여 테스트를 하고 결함을 찾아내 해결하고 다음 빌드로 넘어가며 대량생산 단계로 나아간다. 이 기간엔 일요일 빼고 주 6일 모두 야근한다. 상당히 집중적으로 일하는 기간으로 2-3달에 한 번 씩 새로운 단계의 빌드를 거친다. 반면, 빌드 사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기간인 것은 아니고, 이 기간엔 앞선 빌드 테스트 결과를 분석하고 결과를 토대로 그 다음 빌드에 적용할 준비를 한다. 몇 단계의 이런 빌드를 거쳐 아이폰이 대량생산에 들어가고 제품이 출시된다. 그러면 우리는 총알을 장전한다. 이렇게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차기 아이폰을 위한 프로젝트로 넘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차기 아이폰에 대한 각종 떡밥으로 지루함을 달랜다.

 

애플은 오피스와 공장이 여러곳에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주로 이메일과 imessage로 소통한다. 따라서 오피스가 아니라도 인터넷만 있으면 어느곳에서나 업무가 가능하다. 즉 당신이 어디 있든지 상관없이 내부망에만 접속할 수 있다면 일할 수 있다. 이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이런 원격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애플 OS의 환경이다. 이메일과 imessage는 물론이고 icalender, keynote, page 등등 모든 것이 원격으로 일하기에 최적의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애플의 환경은 사용자가 아닌 오히려 직원들을 위한 설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완벽하다. 외적으로는 제조 과정 및 제품의 개발과 관련해서 최신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애플이기에 당연한 얘기고,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 이러한 근무형태의 장점은 근무자로 하여금 일과 라이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단점이 된다. 즉, 미국 본사와 상해 오피스가 10시간 이상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서로간의 의사소통은 어느 한쪽의 일과 후 라이프를 침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장점이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며, 애플과 일하면서 본인이 가장 싫어했던 점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시대에 애플의 이런 근무 방식은 제아무리 최고의 기업이라고 해도 큰 단점인 것은 분명하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쓰기에 근무 기간이 짧아 경험이 부족하기도 한 이유도 있다. Cupertino 본사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후기를 정리해 보는 것은 내가 애플에서 일했던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가 절대 아니다. 단지, 나의 근무 경험이 한국에서는 독특한 이력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애플에서 근무를 꿈구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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