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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홍콩(20-21)

일상으로 접어든 홍콩 풍경 (feat. 서브웨이의 추억 소환)

by a voyager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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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온 지 19일 정도 되었다. 3주가 약간 못된 것이다. 어느덧 격리도 끝나고 회사 근처에 새로운 숙소도 잡고 출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째되는 날, 앞으로 이런 루틴의 일상이 될 것 같아 아침부터 그 풍경을 담아보았다. 

 

일단 호텔에서 묵고 있다. 홍콩도 코로나로 관광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호텔들은 격리자를 유치한다거나 아니면 장기 투숙에 대한 할인을 하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월세를 구하는 것보다 호텔에서 묵는 것이 더 이득인 진귀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팔자에도 없는 나의 호텔 투숙도 그런 연출 속에서 성사되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직원들이 회사 근처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도 듣게 되었다. 대부분 중국인들인 것이다. 코로나 전에는 홍콩으로 통근을 하던 심천 사람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게 되어 호텔에 투숙을 하며 일을 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호텔 비용에 더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불평을 드러내지 못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 입장에서 체면 깎이는 일이 되기도 할 테니 말이다. 

 

아침을 호텔에 딸린 식당에서 먹어 보았다. 아침 세트가 있다. 따뜻한 푸실리 토마토 수프, 아침에 먹으니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속이 풀린다. 사실 요전날 먹어보고 이 수프가 좋아 이 레스토랑에 다시 온 것이다. 

그리고 소시지와 계란과 빵 커피, 전형적인 호텔 조식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호텔에서 정류장까지는 약 1.5km 정도 된다. 샤틴역 안에 있는 정류장이다.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린다. 요즘은 홍콩 날씨가 좋아 걷기 좋지만 여름에는 이렇게 걸어 다니기는 힘들 것 같다. 

 

아침부터 이곳저곳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태극권 같은 움직임을 하는 그룹이 보인다. 홍콩 사람들은 이런 기수련을 아주 좋아라 한다. 때와 장소, 그리고 규모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 사람들이 태극권 수련들을 한다. 

아침에 그 잠깐 걸어가는 동안에도 한 네다섯 정도 팀은 본 것 같다. 그 중 샤틴역 쇼핑몰 앞의 모임의 규모가 가장 컸다. 저 익숙한 기마자세! 

샤틴역 센터 쇼핑몰을 지나 버스를 탄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어제 봐 두었던 서브웨이에서 요 정도로 끼니를 때워본다. 홍콩도 이젠 더 이상 모여서 점심들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포장해서 각자의 공간에서 해결한다.

 

오랜만에 서브웨이 주문대에 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온 주문 메뉴얼: 6-inch Honey Oat, tuna, provolone, toasted!! lettuce, tomatos, green peppers, olives, ranch, honey mustard.. that's it!!  옛날에 서브웨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미국에서 생활하며 처음으로 서브웨이에서 몇번을 어리바리하며 주문하다 달달 외운 조합이다. 이건 자다가도 주문할 수 있다. 오랜만인데도 아직도 술술 나온 거 보면 예전에 생존이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살짝 데쳐 말랑말랑해진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완벽한 조합이다. 

점심을 먹고, 연구소를 잠깐 구경 겸 산책해본다. 바다가 보이고 건너편 육지도 보인다. 날씨가 온화해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좋은 날씨는 누구도 놓치기 싫은 강력한 유혹인 듯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자전거와 산책을 하며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벤치에 앉아 머릿속으로 온갖 작업 멘트를 조합하고 있을 것 같은 커플도 보인다. 

나도 산책로를 따라 한 십분 정도 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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